출처 : 주간동아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면서 AI 모델 개발 및 운영을 위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Hyper-scale Data Center)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는 2028년까지 135조 원을 투입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앞으로 15년 동안 데이터센터 건설에 202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374억 달러(약 53조 6100억 원)였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32년 3485억 달러(약 500조 원) 이상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데이터센터 내부 전경.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AI 운영에 막대한 전력 필요
주목할 점은 AI 특화 데이터센터의 전력 집약도(Power Density)가 기존 클라우드 특화 데이터센터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기준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460TWh(테라와트시)로 전 세계 전력 수요의 약 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술 자문 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2026년 1000TWh, 2030년 4000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000TWh는 네덜란드의 1년 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며, 4000TWh는 전 세계의 모든 가정용 냉장고를 가동하고도 남는 전력량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로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차질이 생기고, 이상기온 탓에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력 수급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노후화된 전기 공급 시설과 산업 고도화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전력 수급 문제를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가 ‘전기 먹는 하마’가 되어 세계 전력난을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AI 성장이 전력난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는 AI의 단면만 봐서 생긴 오해다. AI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효율화해 전체 전력 소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들어가는 전력 소비량을 상쇄할 만큼 다방면에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리더들은 AI의 에너지 소비와 관련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서밋’에 참석해 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과 관련해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말한 바 있다. 게이츠는 AI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을 2~6% 증가시킬 테지만, 전체적으로는 전력 사용량을 6%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AI는 전자기기의 전력 소비를 최적화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10%가 개인용 컴퓨터(PC)나 스마트폰, 통신망 등 전자기기에 사용된다. 구체적으로 PC와 스마트폰 구동에 3%, 통신망 운영에 5%, 데이터센터 운영에 2%가 쓰인다. AI를 통해 불필요한 컴퓨팅 시간과 인터넷 사용을 줄이면 전력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가령 인간이 오랜 시간을 들이는 PC 문서 작업을 AI가 빠르게 수행함으로써 컴퓨터 구동 시간이 단축되고 그만큼 전력 소비량도 줄어드는 것이다.
전력 낭비 줄이는 AI
또한 AI는 건물을 밝히는 것부터 교통 시스템 운영까지 인간의 다양한 경제활동에 필요한 전력 소비량을 절감한다. 실제로 AI로 건물 내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AI 지능형 교통 시스템은 AI를 활용해 교통신호체계를 분석하고 신호 시간을 조정해 교통수단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에너지 소비량 역시 절감한다. 제조 공정에 AI를 도입한 공장의 경우 에너지 소비량이 30% 이상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AI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청정에너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AI는 전력 수요 분석, 발전량 예측, 에너지 저장 최적화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가용성을 높이고 전력의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소에 적용된 AI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정밀히 예측해 최적의 풍력발전 조건을 찾아낸다. 태양광발전에 AI를 활용하면 날씨 변화에 따라 태양광 패널의 효율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AI 시스템 운영에 많은 전력이 쓰이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AI는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전력 소비량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인간의 다양한 활동에서 전력 소비량을 절감할 수 있다. AI가 ‘전기 먹는 하마’로 전락하지 않고 ‘에너지 최적화 엔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꾸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기사링크 : https://weekly.donga.com/science/article/all/11/5348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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